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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성폭행의 근본적 해법, 복지국가에 있다
작성일 : 10-07-08 20:11
 글쓴이 : 김수정
조회 : 693  
어린이 성폭행의 근본적 해법, 복지국가에 있다

 


김길태, 김철수 사건 등 우리 사회를 경악케 한 아동 성폭행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당국은 이에 대한 대응조치로 아동 성폭력 전과자의 명단 공개와 전자 팔찌 도입에 이어, 일명 화학적 거세라고 불리는 남성호르몬 치료법까지 도입하였다. 이러한 대책들은 분명 진일보한 대응일 수 있다. 2002년 당시에는 성폭행을 당한 아동이 하룻밤 새 7곳의 병원을 전전하고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빚어지기도 했었다.


치료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전문 장비가 없다는 의료계의 변명에 따라 전국의 병원에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응급 키트가 배치되었고, 대응 매뉴얼이 만들어졌으며, 어린이 성폭행 범을 검거한 경찰에게는 강도 검거에 준하는 승진 점수가 부여되는 등 각종 제도적인 조치들도 시행되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등․하교를 교사들이 책임지고 관리하게 되었고, 모든 학교의 교문에는 CCTV가 설치되었으며, 등하교 길에는 담당 경찰관이 배치되었다. 어린이 성폭행 피해자와 가해자를 같이 치료하는 전문치료기관인 “해바라기 센터”도 설립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대책만으로는 아동 성폭행 문제를 아직도 완전히 근절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2007년 아동 대상 성폭력 신고 건수는 2002년 기준으로 80%나 증가하는 등, 이 문제는 계속해서 우리 사회를 괴롭히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이해할 것이며,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인가? 우리는 여기서 그동안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 같은 단기적인 대책들과 재발 방지 조치가 논의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한 논의는 별로 진행된 적이 없다는 점을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언론 역시 각종 선정적인 보도는 앞 다투어 내보내면서도, 미국과는 달리 북유럽의 복지국가들에서는 왜 어린이 성폭행 비율이 그렇게 낮은지? 사회적으로 분석하거나 비교하는 경우는 별로 찾아 볼 수 없었다.


예를 들어, 부산에서와 같이 저소득층 밀집 지구에 거주하는 아이들이나, 맞벌이 부모를 기다리며 빈집을 지켜야 하는 아이들에게 이러한 문제가 빈발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심도 깊은 논의와 분석이 이루어지거나 근본적인 대책이 제안된 바가 없는 것이다.


많은 범죄가 그렇겠지만, 특히 어린이 성폭행 문제는 일정하게 사회적인 조건 속에서 양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는 시각을 넓혀 사회경제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절실하다.


실제로 아동 성폭력 사건 중 상당수가 다세대 주택지나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발생한다. 아이들이 놀 곳이 없어 이리저리 좁은 골목을 뛰어다니거나, 부모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기에 급급할수록 우리 아이들은 보호 받기 힘들고, 더 쉽게 범죄에 노출되는 것이다.


만약 인근에 지역아동센터라도 있으면, 저렴한 비용으로 아이들을 맡길 수 있겠지만, 대상 아동 수에 비해 센터의 숫자도 적고 정부 지원액도 월 200만 원에서 300만 원 수준에 불과하여 다수의 아동들을 수용하거나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특히, 목에 걸린 열쇠로 현관문을 열고, 텅 빈 집에서 혼자 밤늦도록 아버지와 어머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열쇠 아동”이나, 돈 벌러 나간 부모 대신 혼자 집을 지켜야 하는 “나 홀로 아동”이 전국적으로 180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위한 범정부적인 지원 대책은 논의조차 못 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부모들은 대개 저녁 늦도록 일을 하고 돌아와 혼자 집을 지킨 아이의 숙제나 내일의 준비물을 챙겨주어야 한다. 부모의 마음속에는 항상 혼자 라면을 끓여먹거나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우면서 비만이 되어 가는 아이들, 부모의 보살핌 보다는 TV나 게임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우리 아이들의 고달픈 현실에 대한 미안함이 가득할 뿐이다. 이렇게 아이들을 키우기 위한 사회서비스가 부실한 나라에서 합계 출산율이 1.19로 세계 최저 수준인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아동 복지 지출비 (아동복지비 지출 = 아동수당 + 출산·육아수당 + 빈곤가정 현금지급 + 기타)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는 아동 1인당 복지 지출비가 1년 기준으로 40달러 정도인데 비해, 영국 913 달러, 미국 297 달러, 프랑스는 2,162달러, 독일은 1,707 달러에 달한다. 그리고 스웨덴은 우리보다 무려 100배나 많은 3,961 달러 이상의 사회적 지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 지원과 각종 사회서비스 제공, 그리고 세금 감면을 포함하여 가족을 위한 지원도 GDP 상의 비중으로 국제비교를 하면, 2005년 OECD 평균이 2.3%(OECD, 2010, Social Expenditure Database)인데 비하여 우리나라는 0.2% 정도에 그치고 있고, 그나마 현 정부 출범 후에는 0.1% 수준으로 감소하는 등 너무나 열악한 상황이다.


아동수당만 보아도 멕시코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이 보편적인 아동수당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그 규모도 아동 2인을 기준으로 평균 257,790원에 달한다. 이는 총소득 대비 7.7%, 실질 구매력을 기준으로 하는 DPI 대비로는 9.3% 수준이나 된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등이 주장하는 초보적인 수준의 아동수당조차 도입되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아예 공론화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우리는 성폭력을 막기 위해서라도 전국적으로 보편적 아동복지서비스를 실시해야 한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인디언 속담도 있듯이, 우리 사회가 힘을 모아 어린이 성폭력을 막아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의 하나는 모든 아동들에게 <방과 후 교실>과 <지역 아동센터> 등 각종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며,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보편적인 아동수당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아이들의 입장에서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아이들이 어른들의 보호막 밖으로 벗어나 혼자 방치되지 않게 하고, 범죄자의 눈에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어린이들을 지키는 방법이 될 것이다. 지속적으로 재발하는 아동 성폭행 사건을 바라보며, 우리는 보편적 아동복지서비스의 절실함을 피부로 느끼지 않을 수 없다.



2010년 7월 8일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www.welfarestat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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