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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생활 양립을 위해 필요한 것은
작성일 : 10-03-03 21:04
 글쓴이 : 김수정
조회 : 670  
일자리가 불안한데!


- 일과 생활 양립을 위해 필요한 것은

유연화가 아니라 고용안정이다! -



일자리는 밥줄이다.

일자리가 없으면 밥줄이 끊기고, 일자리가 불안하면 밥줄이 불안하다

그런 목숨 줄 같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보도가 매일 들리지만, 사라지는 일자리 대부분이 여성 일자리, 특히 30대 여성노동자의 일자리라는 진실은 들리지 않고, 사라지는 일자리를 통해 고통 받는 여성들은 보이지 않는다.


수많은 여성이 실업과 빈곤의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는 지금, 정부는 자신들이 매월 파악하는 고용통계를 통해 진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전혀 주목하지 않은 채 오로지 저출산이 문제라며 출산장려운동만을 목표로 하면서 고용정책 역시 저출산 해소를 위한 방편으로만 접근하고 있다.


일자리를 잃는 여성들의 고통은 정부와 언론의 외면 속에 개인의 삶 속에서 곪아가고 있다. 이에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민생 살리고 일자리 살리는 생생여성행동’은 오늘 이 자리에서, 불안한 일자리와 여성노동자들의 생존권 박탈에 대해 저출산을 위시로 한 정부정책의 허상을 폭로하고, 여성노동자의 노동권확보를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일자리가 불안한데, 애를 낳으라니!


최근 임신․출산․양육기에 있는 30대 여성노동자가 집중적으로 노동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바로 여성노동자의 전 생애 중 가장 저조한 경제활동참가율을 기록하는 임신과 출산, 양육 시기에 있는 여성들이 경제위기 속에서 1차적으로 일자리를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에게 일과 임신․출산은 양립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극단적인 선택지이다. 임신과 출산, 양육을 이유로 일자리가 불안해지거나 해고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임신․출산을 선택하는 것은 곧 일자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임신․출산을 위해 먹고 사는 문제인 일자리를 포기할 수 없는 까닭에, 결과적으로 수많은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 이는 개인적인 선택보다는 사회적으로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의 경우에는 법적으로 명시된 너무나 기본적인 산전후휴가나 여타 임신․출산에 대한 권리, 육아휴직 등은 입 밖으로 꺼내기 조차 어렵다. 당장에 고용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런 여성이 전체 여성노동자의 70%이다. 이렇게 불안한 일자리 속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아무런 사회적 지원없이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이므로 아이를 낳으라는 것은 당장 일을 그만두라고 하는 것과 같다.


일자리가 불안한데, 육아휴직을 어떻게 쓰나!


막상 아이를 낳으면, 이제 여성의 일자리는 양육을 가로 막는 직장문화와 아이를 믿고 맡길 만한 국공립 보육시설의 부족, 여성개인에게 지워지는 과도한 양육책임으로 또다시 흔들린다. 더욱이 법으로 보장된 1년의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싶어도 육아휴직은 곧 해고로 이어지거나, 대부분의 여성이 아예 입 밖으로 꺼내기 조차 어려운 비정규직인 현실에서,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 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육아휴직에 대한 남성의 참여를 확대하고, 고용불안 없이 당당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고용환경과 분위기 조성을 위한 정책 없이 무조건 육아휴직을 사용하라고만 홍보하는 것은 ‘배고프면 그림속의 떡을 먹으면 될 일’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무책임한 짓이다.


일자리도 불안한데, 정부정책은 더 불안하다!


그런데 정부정책은 문제해결의 핵심을 찾지 못하고, 오히려 여성의 일자리를 더욱 불안정하게 하는 ‘유연근무제’같은 정책들만 쏟아내고 있다. 불안정한 일자리 확대가 여성의 일과 생활을 양립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여성노동자의 70%가 너무나 유연하여 기업의 필요대로 이리 흔들리고 저리 내몰리는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데, 퍼플잡(유연근무제)정책을 통해 여성노동자의 일자리를 더욱 ‘유연’하게 만들자고 하니, 정부는 작정하고 여성노동자를 노동시장에서 흔들고 집으로 내몰아 아이를 낳아 키우는데 전념하라는 것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 정부가 말하는 유연근무제는 우리나라의 불안정한 노동환경에서는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을 더욱 확산시켜 임신출산, 양육에 대한 권리를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또다시 확대하고, ‘남성은 생계책임자, 여성은 보조자’, ‘양육은 여성의 몫’이라는 편견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여성노동자의 생존권을 흔드는 이러한 정책을 철회하고, 돌봄노동을 사회화하기 위한 안정적인 공공부문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고 일하는 여성을 지지하는 것임을 인식하고 관련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과 생활 양립을 위해 필요한 것은 고용안정이다!


차별적인 해고 위협과 고용불안 없이 온전히 임신과 출산, 양육의 선택권을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과 생활 양립을 위한 최우선 과제이다. 산전후 휴가나 육아휴직 등 임신·출산·양육에 대한 권리를 사용하는데 있어, 해고 등 불이익에 대한 ‘불안’이 없다면 지금과 같은 극단적이고 비자발적인 경력단절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의 경력단절 해소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임신․출산 등을 이유로 하는 차별적인 해고를 근절하고, 고용불안 없이 일과 생활 양립을 이야기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고용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또한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 잦은 야근과 강도 높은 노동을 통해 일터에 헌신하는 것을 표준 노동자로 바라보는 인식을 정책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그래서 남성의 돌봄을 이끌어 내고, 전 사회적으로 일과 생활 양립에 대한 책임과 권리가 있음을 이해시키고 합의하는 일이다.


102년 전, 여성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위해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는 투쟁을 시작으로 지금껏 이어져 오고 있는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여성의 삶은 어떠한가. 여전히 차별적인 노동 조건 속에, 너무나 쉽게 최우선적으로 노동시장에서 내몰리며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 100년이 지나도 진보됨이 없다면, 그처럼 허망한 역사는 없다.


정부는 눈 감고 귀 닫고 오로지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입을 닫고, 눈을 뜨고 귀를 열어 민생을 위해, 차별받고 고통 받는 여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찾아 실천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민생을 살리고, 일자리를 살리고, 차별을 해소하는 정부로 설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불안은 곧 사회의 불안이며, 국가의 불안임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는 불안하지 않은 삶, 그것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임을 이 자리에서 확인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정부와 기업은 임신․출산․육아를 이유로 한 해고를 근절하여 여성노동자 일자리를 보장하라.

2.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없이 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을 보장하라.

3. 정부는 남녀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하라.

4. 기업은 장시간노동과 회식문화 등 일과 생활 양립을 저해하는 조직문화를 개선하라.

5. 남성도 육아주체이다. 일과 생활 양립을 위해 함께 일하고, 함께 키우는 아빠가 되자.

6. 불안해서 못살겠다. 정부는 일자리 유연화가 아니라 일자리 안정화 정책을 시행하라.


2010. 3. 3.

민생 살리고 일자리 살리는 생생여성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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