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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 '꿈쟁이 책벌레' 된 비결요?

작성일 : 07-06-20 20:59

글쓴이 : 김경애

우리 아이들 ‘꿈쟁이 책벌레’ 된 비결요?

걸어서 갈 수 있는 어린이도서관
책 읽고 싶을 때마다 들락날락
문화·교육프로그램 혜택 ‘덤’으로

‘도서관 가족’ 안순옥·고승범씨네 초등학교 5학년 고원정(12)양은 소문난 ‘독서광’이다. 학교에 갈 때 늘 가방에 책을 넣고 다니며 쉬는 시간만 되면 책을 꺼내 읽는다. 지하철을 탈 때는 물론 잠깐 슈퍼마켓에 갈 때도 책을 끼고 다닌다. 줄을 서 기다려야 할 일이라도 생기면 그 틈에 책을 읽기 위해서다. 웬만한 두께의 책은 앉은자리에서 죽 끝까지 읽어나간다. 한창 그림책에 재미를 붙이던 6~7살 무렵에는 하루에 20권 이상씩 책을 쌓아놓고 보기도 했다.

원정이를 ‘책벌레’로 키운 것은 동네의 작은 어린이도서관이다. 엄마, 아빠는 물론이고 원정이도 한목소리로 인정하는 바다. “오늘날의 나를 만든 것은 어린 시절 동네의 공공 도서관이었다”라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의 말처럼 원정이에게도 동네 도서관은 꿈을 심어준 소중한 공간이다. 원정이는 “책이 읽고 싶을 때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어린이도서관이 가까이 있어서 참 행복했다”고 말했다.

원정이와 동네 도서관의 행복한 만남은 5살 때인 2000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에서 지금 사는 일산으로 막 이사 온 원정이 엄마 안순옥(42)씨는 귀가 번쩍 뜨이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어린이도서관이 있다는 거였다.

“전에 살던 집 근처에는 도서관이 없어서 책을 빌리려면 큰맘 먹고 구립도서관을 찾아야 했어요. 버스를 한참 타고서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 곳으로 집을 옮긴 것이 정말 큰 행운이었어요.”

동녘어린이도서관은 규모는 작지만 원정이네 가족에게 안방처럼 편한 문화공간이자 지혜의 샘터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평소 책 읽어주기에 관심이 많던 안씨는 도서관 회원들로 이뤄진 어린이책 공부 모임에 참여했다. 엄마 손을 잡고 도서관을 찾은,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아들 진권(15·현재 중학교 2학년)이와 원정이는 자연스럽게 책과 친구가 됐다. 특히 원정이는 오빠보다 이른 나이에 도서관에서 놀기 시작해서인지 훨씬 빨리 책 읽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조기 도서관 교육’에 성공한 셈이다. 안씨도 어린이책 공부 모임에서 책 보는 눈을 키울 수 있었다. 유명한 작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쌓인 엄마들의 ‘내공’은 도서관 서가를 좋은 책으로 채우는 밑거름이 됐다.

이웃집 같은 도서관이 주는 혜택은 좋은 책을 맘껏 읽을 수 있다는 것 말고도 한 가지가 더 있었다. 바로 도서관에서 이뤄지는 각종 교육·문화 프로그램이다.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무료로 열리는 작은 클래식 연주회와 연극 공연 등은 문화 여건이 그다지 좋지 않은 아파트 주민들에게 ‘가뭄 속 단비’와 같았다. 역사교실, 숲교실, 연극교실, 나무로 벌레 만들기 등 도서관에서 수시로 열리는 문화교실은 아이들에게 훌륭한 체험학습 기회가 됐다.

도서관에서 두 아이 모두 자기만의 꿈을 갖게 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수확이다. 진권이는 항공 관련 책을 읽다 비행기 엔진을 개발하는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 원정이에게 어린이책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심어준 것은 〈도서관〉이라는 제목의 그림책이었다. 아빠 고승범(45)씨는 “우리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도서관이 꿈을 키워주는 공간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며 “아이들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집처럼 편한 도서관이 있어야 할 이유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저는 운이 좋게도 집 근처에 어린이도서관이 있어서 정말 많은 혜택을 입었어요. 동녘어린이도서관 같은 공간이 전국 곳곳에 마을마다 들어서서 좀더 많은 어린이들이 저처럼 책 읽는 즐거움을 누렸으면 좋겠어요.” ‘도서관 키즈’ 원정이의 바람이다.

고양/글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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