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007-05-12]
“하반신 마비 엄마, 고맙다며 눈물”
[북스타트] 소외층 가정 찾아가는 ‘진해기적의도서관’
▶ 진해기적의도서관 자원봉사자 최은경(왼쪽)씨가 지난달 26일 불편한 다리 때문에 아이를 밖에 데리고 나가지 못하는 한 주부의 집을 찾아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도서관 방문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자원활동가가 직접 찾아가 책꾸러미를 전달하는 ‘찾아가는 북스타트’가 제천에 이어 진해기적의도서관에서도 올 4월부터 시작됐다.
“아기들에게 책을 나눠주다보니 도서관을 찾아오지 못하는 소외계층 아이들이 자꾸 눈에 밟혔어요.” 이종화 관장은 물론 자원봉사자들도 같은 아픔을 느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찾아가는 북스타트를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준비를 시작했다.
소외계층을 위한다는 목적에 맞게 대상은 다문화 가정과 저소득층 자녀로 정했다. 동사무소에 의뢰한 결과 진해 지역의 영세민은 200가구, 다문화가정은 40가구였다. 하지만 생활고 때문인지 아이가 있는 집은 몇가구 되지 않아 3세 이하의 아이로 연령대를 높였다. 명단을 확보한 뒤에는 활동가들이 직접 집집마다 전화를 해 찾아가는 북스타트의 취지를 알렸다. 방문을 원치않는 가정을 제외하고 선정된 집이 다섯가구. 자은동 두가구와 경화동 세가구다.
자원봉사자들은 지난달 드디어 다섯 가정을 찾아 책꾸러미를 전달했다. 도서관을 찾을 여유가 부족한 가정이 대부분이지만 자원활동가들은 도서관 이용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아기 이름으로 된 도서관 회원카드도 만들어 전달했다.
대상 가정이 많지 않아 진해기적의도서관은 매주 목요일 자원활동가 9명 가운데 4명씩 돌아가면서 이들 가정을 찾기로 했다. 2인1조로 이뤄지는 ‘찾아가는 북스타트 요원’들은 방문 때마다 아이가 읽을만한 책 10권을 갖고 간다. 다섯권은 그날 아이에게 읽어주고 나머지 다섯권은 대출을 해준다. 아이와 함께 그리기, 만들기, 인형놀이도 하고 다달이 한권씩 책선물도 할 예정이다.
자원활동가 최은경씨는 자신의 아이도 초등학교 1학년 3학년이라 찾아가는 북스타트가 끝나기 무섭게 아이를 데리러 뛰어가곤 한다. 하지만 그래도 찾아가는 북스타트를 진행한 날이면 행복하다. “하반신마비 때문에 아이를 집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못하는 엄마는, 우리가 찾아간 첫날 고맙다며 눈물을 펑펑 흘리더라구요. 내 가까운 곳에 어려운 이웃이 많은데 지금까지 신경쓰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 미안하고, 더 많은 애정을 품게 됩니다.”
공동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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