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토토 (구로야나기 테츠코)
책 표지에 있는 토토의 귀엽고 깜찍한 얼굴이 눈에 아른거린다.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봤을 때 사실 좀 환상을 깨긴 했다^^
무용가, 방송작가, 성우, 연극인, TV진행자로 활약하고 있는 구로야나기 테츠코.
학교에서 골칫덩어리라고 퇴학을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기죽이지 않고 아이의 개성을 인정해 줄 수 있는 학교를 찾아준 엄마와 충분히 문제아로 낙인찍히기에 모든 조건(?)을 갖춘 천방지축 토토 같은 아이를 진심으로 생각하고 배려해 주는 고바야시 교장선생님과 도모에 학원이 없었더라면 지금처럼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진 않았을 거 같다.
그 시대에 그런 대안학교가 있었다는 게 참 신기하다. 내가 대안학교란 걸 안건 공부방에서 일하고 나서부터였으니..
여덟 살 꼬마애가 하는 이야기를 네 시간 동안이나 들어주고, 화장실에 빠진 지갑을 찾기 위해 분뇨를 퍼내면서까지 찾으려고 하는 순진한 토토를 보고도 화를 내지 않고 믿어주며, 장애아가 신체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게 운동회를 계획한 교장 선생님이 정말 존경스럽다. 이 시대의 진정한 교육자의 모습이 아닐까..
1. 자리를 정해놓지 않고 그날 기분이나 형편에 따라 어디든지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게 하는 것.
2. 시간표대로 수업을 하지 않고 그날 하루 동안 공부할 시간표의 전 과목 문제를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 그래서 학생 한명 한명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나 관심의 정도, 사고방식, 그리고 개성 같은 것을 파악하기에 더 좋은 수업방식.
3. 그날 분량의 학습 내용을 모두가 열심히 해서 오전 중에 다 끝나면 오후에는 산책을 하는 것. 그럼으로써 귀중한 자연을 관찰하고 역사, 생물공부를 하는 것,
4. 특이한 음악 수업,
5. 학교에 가장 허름한 옷을 입고 오게 하는 것(맞다!!),
6. 점심 도시락을 ‘산과 들과 바다에서 나는 것’으로 싸오게 하는 것, 그래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유롭고 즐거운 맘으로 편식하지 않게 먹게 하는 것, 거기다 한명씩 돌아가면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함으로써 남 앞에서 자기 생각을 정확하고 자유롭게 또 부끄러워하지 않게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것,
7. 알몸으로 수영을 함으로써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른 신체의 다른 점을 이상한 눈으로 훔쳐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알게 하는 것,
8. 농부 아저씨의 살아있는 체험 수업...
책을 덮으면서 생각했다.
공교육에서의 대안학교는 엄두가 안 나지만 적어도 우리 공부방 안에서는 대안교육이 가능하리라는 것을.. 그리고 애초에 이런 목적의 공부방이었음을..
재정적으로 힘들어하면서도 굳이 지역아동센터로 전환하지 않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우리 공부방도 달리지 않는 전철 같은 공간이었음 좋겠다.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연수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폐교를 개조한 요양원을 구경했다.
우리 공부방도 이런 교실을 나름대로 꾸며서 프로그램 수업을 할 때 교실마다 예를 들어 풍물방, 종이접기방, 컴퓨터방, 토론방 이런식으로 꾸며 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 남한산초등학교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남한산초등학교는 ‘참 삶을 가꾸는 작고 아름다운 학교’란 비전을 가지고 공교육안에서의 대안교육을 하는 초등학교다.
2000년도에는 전교생이 20여명 밖에 안돼 폐교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문제의식이 있던 지역 학부모들이 학교를 살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집단전입을 결의, 공교육의 틀안에서 새로운 시도를 꿈꾸기 시작했다. 교사와 아이들의 교감, 경쟁을 통한 줄 세우기 교육 탈피, 자연친화적 생태교육을 하며 ‘교육 공동체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가, 제도교육의 한계는 무엇인가, 어린이들의 자율은 무엇인가’등의 문제를 고민하였고, 당시로서는 파격적이고 대안학교에서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는 아이디어들이 터져 나왔다.
2000년 12월, 90명 이상의 학모가 지역에 전입, 이듬해 3월 남한산초등학교에 전교생은 103명이 되었다. 학교 안에 모두가 모일 수 있는 따뜻한 대화마당을 만들고, 체험과 토론 중심으로 교과과정을 짰다.
01년 새 학기 개학 날,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교장 선생님과 교사들은 빨간 장미꽃을 달아 주었다.
학급당 인원을 15명으로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계속 늘어 창고를 교실로 썼다.
4월 초가 되자 학생 수가 120명으로 늘어 학급당 20명이 되어버렸다.
전 가족이 지역으로 이사 와 살지 않으면 아이를 입학시키지 않겠다고 공포하고 학교 문을 닫아버렸다.
- 숲 속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학생들, 아이들은 꽃을 만지고 나무를 만난다.
산책을 마지고 돌아온 아이들은 ‘자유 이야기 시간’을 갖는다. 교사와 함께 차를 마시며 하루 일과를 준비한다.
수업시간은 80분이다. 놀이(휴식)시간은 30분이고, 여름철에는 40분으로 늘어난다.
40분 수업에서는 제대로 된 토론이나 활동이 이루어질 수 없다.
또 아이들이 10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쉬어야 하기 때문에 화장실 가기에 바쁘고 폭력적으로 놀게 된다. 아이들이 80분 동안 집중을 못 한다고 생각하지만,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움직인다고 가정한다. 또 쉬는 시간을 길게 주면 아이들이 노는 것을 설계한다. 숲에 가서 축구를 하고, 수다를 떨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다.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하는 것.
남한산초등학교에는 없는 것이 많다.
시험도, 주번도, 통제도, 교장선생님 훈시도 없다.
남한산초등학교의 학부모들은 매달 ‘마을학부모모임’을 열어 학교 지원방안을 논의하고, 독서토론을 벌인다. 학교를 둘러싼 실핏줄 같은 연결망이 촘촘하게 짜여 있어 좋은 교육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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